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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부산국제무용제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인 '시민 즉흥 춤 페스티벌'에서 시민들이 직접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에 올라 다양한 끼를 몸으로 발산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 제공 |
- 해외 초청팀 문화적 호기심 충족
- 시민과 함께하는 즉흥 춤판 인기
- 무용제 명확한 성격 규정 지적
- 무용학과 학생 동원 분위기 눈살
- 국비 원복·자체 기금 조성 필요
지난 4일 막을 내린 제9회 부산국제무용제는 지원금 유용 논란에 따른 운영위원회 재구성, 예산 삭감 등의 악재를 딛고 다시 부산의 국제무용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일단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수준의 무용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성격 규정, 집중도와 관심 제고를 위한 초청작 경연제 도입 등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겼다.
■초청작 줄었지만 작품 수준은 유지
올해 부산국제무용제의 총 예산은 지난해(6억2000만 원)보다 크게 준 4억1000만 원(시비 2억4000만 원, 국비 1억7000만 원)이었다. 당연히 해외 초청팀도 지난해 13개 팀에서 올해 9개 팀으로 축소됐다.
운영위원장과 3명에 불과한 사무국 조직도 지난 3월 교체됐고 자원봉사자도 지난해 160여 명에서 올해는 6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별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조직위 측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정순(신라대 무용학과 교수) 운영위원장는 "무용제 기간 출연자 부상이나 기기 오작동 등의 사고가 한 건도 없었고, 관객이 해변무대에서 무용과 친해지고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성과"라고 밝혔다.
초청작품 수준과 공연 내용은 '무난했다'는 평이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춤비평가 이지현 씨는 "부산 안무가들의 작품이 관객과 소통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공식 초청무대와 춤아카데미를 채워 지역무용계의 중심을 굳건히 했고, 베트남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선(禪), 신화,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문화적 동질성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 전통기반 현대춤, 튀니지 컨템포러리 힙합은 서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공연으로 문화적 호기심을 충족시켰고, 프랑스의 영상과 춤이 결합한 폐막공연은 무용제의 폭이 해변무대에만 머물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부산무용협회가 전담했던 지난 1일의 열린 춤 무대와 매일 초청작품 공연 후 펼쳐진 '시민과 함께하는 즉흥 춤판'에 대한 관객의 동참 열기가 뜨거워 눈길을 끌었다.
■10주년 앞두고 커 보이는 과제들
이번 부산국제무용제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우선 무용제 성격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변, 열림, 공감, 소통'이라는 기존 성격은 해외 참가팀들에게는 흥미를 끌지만, 바다를 가까이하는 부산 관객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모래사장 객석이다 보니 취객의 무분별한 돌발 행동이나 공연 중 들고나는 행위가 잇따라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심지어 부산지역 일부 대학의 무용학과 학생들까지 자신이 속한 대학의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무용제의 집중도와 권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초청작 경연제 도입, AK21 경연 해외팀 문호개방, 열린 무대라는 특성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객석에 대한 최소한의 출입 통제 방법 강구 등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31일 개막식 당시 '리틀 싸이' 공연 도중에 일부 초청인사들이 무대 앞자리로 입장하는 바람에 관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깎인 국비의 원상 회복이 급선무지만, 무조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지원 확대만 요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운영위원회와 무용계에서 자체적인 기금 확충 및 재원마련 방안 마련과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